결핍이 여는 새로운 가능성작가 라이블러리언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 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은 후 불을 밝히면, 수많은 서가와 열람대가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내고 푸르른 표지의 책들이 나란히 서 있어 지식과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임을 알린다. PC를 켠 뒤, 고등학교 교과 연계 도서를 추려 구입 도서 목록을 만든다. 오늘은 3학년 융합 과학 선생님과 도서관 협력 수업을 하는 날이라 미리 제작해 둔 피피티를 강의실 PC 바탕화면에 옮겨둔다. ‘잡지 기사 읽고 진로 탐색하기 수업’을 위해 과학 잡지인 ‘뉴턴’과 ‘네셔널지오그라피’ 과월호를 열람대에 보기 좋게 펼쳐놓으면 수업 준비는 완벽하다. 학생들이 모둠학습실로 모여들면, 사서교사임을 소개 후 ‘선생님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라 여러분의 형체만 보이니 질문할 때는 이름을 말해주세요.’라고 매너를 알려준 뒤 잡지를 발췌독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실습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위와 같은 일상은 평범한 교사의 일상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사서교사 4년 차로, 이전에는 공공도서관에서 사서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도서관인 이자 중증 시각장애 최초의 사서교사랍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사서교사를 해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책을 읽기 힘든 그 결핍이 사서라는 직업을 갈망하게 했어요.’라고 대답해요. 그러고 보면 10여 년 전 시각장애인이 사서를 직업으로 갖기는 힘들지 않냐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자신감이 있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어요. ‘잘 보이지 않아 책 정리도 못 하는데, 어떻게 사서를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장애인도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안되는 이유보다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힘든 과정도 버텨낼 수 있었죠. 그렇다면 10년 후 저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지금처럼 사서교사로서 계속 성장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거예요. 인공지능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확고히 해나갈 예정이에요. 정보 접근에 취약한 시각장애 사서교사가 정보 활용 트렌드를 꾸준히 학습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활용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멋지지 않나요? 더 나아가, "결핍이 꿈꾸게 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강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요. 만약 적성보다 현실이 보여 선택한 진로를 포기하고 싶은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렇게 주문을 걸어보세요. "나는 길을 찾는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든다."라고 말이에요. 갑자기 비장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도서관인으로 살아오며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은, 지역교육청의 미진한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요. 지역교육청은 장애인 교원을 의무적으로 고용하지만, 보조공학기기 지원, 업무를 보조해 주는 업무 지원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이 미약해요. 그래서 바라는 것은 장애인 교원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인 교원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거예요. 센터가 생기면 지원이 활발해져서 제2, 제3의 장애인 사서교사가 탄생하고, 결국 편견 없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걸어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결핍이 저에게 꿈꾸게 해줬어요. 비전을 품고 오늘도 도서관에서 새로운 꿈을 심어가는 장애 직업인들을 응원할게요! 여러분도 함께 걸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