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UD큐브의 샬롯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UD큐브에서 웹 접근성을 맡고 있는 아이작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아이작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 또한 아이작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이작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셨나요? 보다 생생한 전달을 위해 편집 없이 모든 인터뷰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럼 아이작과의 인터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진 설명: 업무에 집중하는 아이작 Q. 간단하게 아이작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UD큐브의 피터팬 아이작입니다. 저는 중증 시각 장애인이지만 약간의 잔존 시력을 가지고 있고, 현재 UD큐브에서는 웹 접근성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Q. 오늘은 웹 접근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담당하고 계신 웹 접근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A. 웹 접근성은 모든 사용자를 위한 웹 또는 앱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요. UD큐브는 이 분야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유니버설 디자인이 장애 유무, 성별, 나이, 국적 등 모든 특성을 가진 사람을 고려한 환경을 만드는 것처럼 웹이나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 페이지나 앱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에요. 웹 페이지나 앱을 만들 때 필요한 개념인 동시에 기술인 셈이죠.풍성한 인터뷰를 위해 아이작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거침없는 아이작의 답변 함께 들어 볼까요?😊아이작의 속마음 인터뷰 OX 질문1. ‘웹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X)2. 보이스오버 등 스크린 리더가 내 말을 안 들었을 때 ‘얘랑 싸울까?' 고민한 적 있다 (X)3. 글씨 크기를 작고 흐리게 만든 디자이너를 만나면 붙잡고 웹 접근성 강의를 해주고 싶다 (O)4. 솔직히 마우스 없이도 웹 탐색은 문제없다 (X)5. 인터넷 쇼핑할 때 접근성이 안 좋아서 멘붕 온 적이 있다 (O)6. 나는 UD 전문가로서 일상에서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O)7. 내 목소리가 AI 음성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X)8.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접근성 꿀팁이 있다 (O)9. 웹사이트를 분석하다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거 만든 사람 누구야?’ 하고 찾아본 적이 있다 (O)10. 웹 접근성 드립으로 사람들을 빵 터뜨린 적 있다 (X)11. 나는 이모티콘 없이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다 (X)12. ‘이건 정말 고쳐주고 싶다’ 하는 사이트가 있다 (O)13. 반대로 ‘이거 만든 사람 상 줘야 한다’라고 생각한 사이트가 있다 (O)14. 나는 일을 할 때 나만의 징크스가 있다 (O)15. 사실 가끔은 기술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 (O) Q. 웹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A. 장애인 직무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일산 ‘직업 능력 개발원’에서 웹 접근성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저시력으로 생활한 저 조차도 ‘웹 접근성’이라는 개념을 알기 전까지는 장애인을 위한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유니버설 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웹 접근성을 공부하다 보니 장애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특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고, 그에 맞는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창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향기내는사람들(히즈빈스)과 인연이 되어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턴트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Q. 1번 질문과 관련해서 ‘웹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을 들어도 화가 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A. 제가 화를 낸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요. 그냥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웹 접근성을 포함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약자들을 위한 일종의 선심성 서비스의 개념이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앞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 어느 순간에는 기업들이 외면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저의 일은 웹 접근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편리함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에요. 그래야 고객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Q. 유니버설 디자인(UD)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 소개해 주세요.A. 이미 UD에 관한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이라, 우리가 설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절대적인 경력과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하지만 장애가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작한 UD 사업이라는 걸 기억하려고 해요. 당사자성을 가진 사람이 삶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솔루션이 학문적으로 습득한 경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힘을 내 보려고 합니다.Q.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팅을 하실 때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A. 엄청 대단한 건 아닌데, 기업 로고나 의미가 없는 단순 디자인을 위한 이미지 같은 것들이 페이지 배경색과 명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 그 차이를 조금 더 분명하게 주는 것 만으로도 시력이 불편한 사용자에겐 실제로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 제가 웹 접근성을 컨설팅할 때에는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신경써서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사실 이 부분은 이미 많은 웹 접근성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기는 합니다.Q. 본질적인 질문 같은데, 웹 접근성이 왜 필요한가요?A. 인류가 발전하고 여러 문물이 등장할수록 장애에 대한 범위도 넓어지고, 예전에 비해 장애로 이어지는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편을 겪게 되는 다양한 특성들을 '장애'라고 본다면 살아가면서 한번은 꼭 이 범주 안에 포함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청년의 나에게는 필요 없었던 게 노년의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우리가 조금씩 넓혀 놓은 포용적 환경의 덕을 보는 날이 오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더불어 기업은 여러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장애를 가진 사람을 단순한 약자가 아닌 고객으로서 접근하고 연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은 토스(Toss)가 그랬던 것처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브랜딩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분야가 되었다고 봅니다.Q. 13번 질문과 관련해 상 주고 싶을 만큼 웹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어디인가요?A. 앞에서도 얘기했던 ‘토스(toss)’라는 금융 어플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웹 접근성 인증 마크라는 제도가 있어요. 그런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준수율이 낮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토스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고령자, 외국인 등 폭넓은 사용자를 위해 웹 접근성을 고민한 흔적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웹 접근성에 진심이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기업이죠. 토스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Q. 유니버설 디자인 중에 ‘이건 정말 잘 해 놨다’라고 생각하는 사례도 있나요?A.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첫 번째는 다양한 고객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섬세하게 설계한 맥도날드의 ‘M 오더’라는 서비스예요. 어플을 통해 주문 단계부터 테이블 번호와 간단한 이유를 입력하면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주세요. 저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영유아 동반한 고객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고객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두 번째는 횡단보도 바닥에서 불빛이 나오는 신호등이에요. 현대인의 삶을 잘 반영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느꼈어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도, 우산을 쓴 사람도, 저와 같이 멀리 있는 신호등을 인식하기 힘든 저시력인 또는 고령자들도 쉽게 바닥의 불빛을 보고 신호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설명: 차를 마시고 있는 아이작 Q. 아이작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여가 시간엔 무엇을 하시나요?A. 이건 부끄러우니까 좀 짧게 이야기할게요. 저는 종종 넥슨코리아에서 만든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을 합니다.Q.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게임을 한다’ 많은 분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끼는 부분일 거 같아요.A. 저는 화면을 외워서 게임을 해요. 전체 화면을 봐야 하는 게 아니라 제 캐릭터만 보면 되니까, 많은 사람들과 게임을 함께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Q. 이런 취미나 재미를 위한 영역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활발하게 적용되어 있나요?A.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UD가 여가 측면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영역에 조금 더 집중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교육에서는 필요하지만, 게임에서는 사치라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영역을 가리지 않고 UD가 연구되고 적용되면, 게임처럼 교육하는 요즘 세대에게 정말 필요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을 풀면 산수는 쉬워지듯, 고도의 기술과 사용자 경험이 요구되는 게임에서 UD가 적용된다면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많은 문제들이 풀릴 수 있을 거예요.Q. 본인을 피터팬 아이작이라고 소개해 주셨는데요. 피터팬으로 불린 이유가 있나요?A. 아마 제가 레고 등 신기한 장난감을 좋아해서 그렇게 불러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Q. 레고를 자주 조립하시나요?A. 어릴 땐 레고를 조립하고 부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완성된 레고를 보면 성취감과 뿌듯한 기분이 좋더라구요.Q. 회사에도 레고를 갖고 오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A. 네, 레고를 갖다 놨죠. 키보드 여기저기에 좋아하는 레고 모형이나 피규어를 꽂을 수 있는 레고 키보드인데요. 좋아하는 아이템들이 사무실에 놓여 있으면 기분도 좋고, 일의 능률도 올라가더라구요! 사무실 꿀템으로 추천합니다.Q. 웹 접근성을 설명하실 때보다 더 적극적인데, 광고는 아니죠?A. 저는 그저 레고를 좋아하는 한 명의 고객일 뿐입니다! 사진 설명: 일의 능률을 올려주는 아이작의 레고 키보드 Q. 레고 외에 사무실에서 쓰는 추천 아이템이 있나요?A. 일하는 중간에 뿌리려고 미스트를 놓아두고 있어요. 종종 동료들이 제가 여자보다 더 섬세하다며 웃을 때가 있는데, 이런 소소한 아이템들로 인해 저는 물론 동료들까지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잘 샀다 싶어요!Q. UD큐브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A.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턴트로서 일하는 전문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특히 저처럼 당사자성을 가진 전문가들을 양성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Q. 아이작의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A. 특별한 삶보다 결혼하고 두 명의 자녀가 있는 그런 평범한 삶을 만들고 싶어요. 화장실은 꼭 두 개 이상이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화장실을 길게 쓰는 편인데, 그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요. 이것도 저만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ㅎㅎQ.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A. 아직까지 한국은 약자를 위한 서비스들이 자발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벌금을 피하기 위한 강제사항, 의무사항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은 나라가 법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당연하게 여기는 포용적 인식이 높아지면 좋겠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확대될 거예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라도 해야지!’라는 인식을 가진 기업들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Q. 오늘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사자성을 가진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턴트로서, 웹 접근성 전문가로서 활약하실 아이작을 응원합니다.A.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문가의 진지한 모습과 함께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닌 아이작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한 배려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UD큐브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기업이 더 많은 고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기업이 고객을 바라보는 정체성이자 경쟁력입니다. 감도 높은 고객 경험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향기내는사람들로 문의주세요! (문의처 esther@hisbea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