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UD큐브의 샬롯입니다.샬롯의 UD 놀이터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UD)에 대한 저의 생각을 여러분과 자유롭게 나누는 시리즈입니다. 때로는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글에서는 UD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며, 또 다른 날엔 UD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이번 글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취미나 오락의 영역까지 넓은 범위에서 적용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UD가 취미의 영역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퇴직한 가장들이 가족 내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단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퇴직한 가장과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취미가 없어, 대화할 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퇴직 전부터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었다면 혹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었다면 퇴직 후의 시간은 더욱 의미 있고 즐겁게 흘러갔을 것입니다.이와 같은 심리적 단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우만 봐도 보통의 경우에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취미나 게임의 종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두 집단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현재 배리어 프리나 유니버설 디자인의 많은 사례들은 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동권을 보장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며,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생존권과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이 진정한 공동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사회적으로 한 울타리에 묶여 있기 때문에 형성된 집단이 아닌, 진정한 공감을 바탕으로 돈독한 관계를 맺는 일은 단지 배려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물론 배려는 관계를 시작할 때 필수적 요소이고,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려면 공통적으로 열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취미입니다.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있어야 진정한 유대감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포함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집단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는 극히 적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게임이나 여가 활동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약자의 생존권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무겁고 진지한 문제로만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드시 무거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유니버설 디자인이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 때 이것은 더욱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 유무, 성별, 연령, 국적 등 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스포츠, 취미 활동이 더 많아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이러한 저의 생각이 단지 이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실험을 기획했습니다. 바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우노(UNO) 대회입니다.우노 대회 - 우노브릿지(The UNO Bridge)우노는 간단한 규칙과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 덕분에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카드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가 빨강, 초록, 파랑 노랑의 네 가지 색깔 위에 숫자 및 간단한 글자가 적힌 카드 7장을 받게 되고, 자신이 받은 카드를 가장 빨리 내려놓는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카드를 낼 때에는 색깔이나 모양을 맞춰서 내려놓고, 내려놓을 카드가 없을 경우 쌓여 있는 더미에서 1장을 뽑아야 합니다.색깔과 간단한 글자에 집중한 게임인 만큼 우노는 이미 다양한 연령 뿐만 아니라 국적의 벽까지 허물게 만드는 놀이였지만, 여기에 더해 오늘은 시각장애인까지도 함께할 수 있도록 제작된 우노 카드인 점자 우노(UNO Braille)을 준비하였습니다. 중증 시각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큰 글씨와 명확한 색깔로 인해 저시력인도 쉽게 구별이 가능한 카드입니다. 사진 설명: 점자가 새겨진 우노 카드 그럼 참여자를 소개하겠습니다. 김아영 Ahyoung한국인 Korean 켄 Ken호주인 Australian 롤라 Lola난독증 환자 Person with dyslexia프랑스인 French 박건우 Geonwoo지적장애인 Intellectually disabled 최대현 Daehyun저시력인 Low vision 샬롯 Charlotte중증 시각장애인 Severely visually impaired 엘리자베스 Elisabeth어린이 Child미국인 American 루이자 Louisa어린이 Child미국인 American1시부터 4시까지 약 3시간에 걸친 게임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엘리자베스와 루이자는 한 팀이 되어 번갈아 가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팀명은 두 자매의 아빠인 닉(Nick)의 이름을 따서 닉스 패밀리(Nick's family) 팀으로 정했습니다. 사진 설명: 닉스 패밀리 사진 그런데 모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두 자매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사진 설명: 게임하는 엘리자베스 사진 사진 설명: 게임하는 루이자 사진 게임의 진행모두가 100점에서부터 출발하여 0점에 도달하는 사람이 나오면 한 라운드가 종료되는 방식으로, 총 3 라운드의 경기를 진행하였습니다.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해 심판인 브래드(Brad)가 점수를 기록하고, 시각 장애인과 어린이를 위해 음성으로 점수를 안내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사진 설명: 다 같이 게임하는 사진 사진 설명: 점수판 사진 각 라운드별 우승자에게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특별한 선물도 제공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부터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에 무리가 없는 버티컬 마우스, 시각 장애인과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점자 우노 카드, 실수로 툭 쳐도 쓰러지지 않는 머그컵입니다. 사진 설명: 버티컬 마우스 사진 사진 설명: 점자 우노 카드 사진 사진 설명: 쓰러지지 않는 컵 사진 하지만 상품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겠죠? 다행히 한 명도 소회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다 같이 게임을 하는 중 모든 사람들이 닉스 패밀리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진 사진 설명: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 롤라와 켄이 집중적으로 보이는 사진 우노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만난 사람들이라 다 같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도, 중간중간 가진 쉬는 시간에서도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다 같이 식사하는 사진 사진 설명: 다 같이 이야기 나누는 사진 마지막으로 심판과 닉스 패밀리의 아버지인 닉까지 총 10명이 함께 우노 게임을 하며 이날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진 설명: 참여자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는 사진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은 오늘 이 특별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양손잡이 가위를 하나씩 나누어 가졌습니다. 사진 설명: 다 같이 양손잡이 가위를 구경하고 있는 사진 결과 및 정리그럼 다시 우노브릿지를 하기 전 제가 가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카드 몇 장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저는 이제 더욱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노브릿지는 제가 꿈꿔온 유니버설 디자인의 이상적인 모델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이 사례는 왜 유니버설 디자인이 물리적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심리적 측면에서까지 섬세하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우노브릿지 안에서 우리는 장애, 연령, 언어를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웃었고, 모두가 함께 환희했습니다! 이러한 순간을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단 몇 시간 만에 전혀 낯설지 않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서도 같은 취미 하나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가족과 지인 사이에 파급력은 훨씬 클 것입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같은 것에 열광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배려하고 또 누군가는 배려를 받는 관계가 아닌, 그저 같은 공감대를 나누는 한 사람으로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번 글에서는 저의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한 우노 대회에 대한 감동과 긍정적 결과에 대해 나눠 봤습니다.저희 UD큐브는 이렇게 모두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으며, 저희가 진행하는 UD 워크숍 역시 흥미로운 실습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쾌한 UD 워크숍과 임직원 교육은 물론, 탄탄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 UD 컨설팅 또한 진행하고 있으니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저희와 얘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아래의 문의처로 연락 주세요!(문의처: esther@hisbeans.com)
